전기
예수는 누구일까‘예수는 누구일까’ 하는 지극히 평범한 질문에 이런 사람이라고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기독교신자는 ‘사람’이라는 말에 기분이 상할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신’이라고 하면 비신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그러나 이런 입장을 걷어내고 이 책을 보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나사렛 예수의 삶과 도덕’을 담은 ‘전기’이다. 전기라는 말이 함축하고 있듯 ‘예수’의 일생을 다룬다. 그러나 이 책은 여느 전기와는 그 출간 배경이 다르다. 이 책의 ‘저자’, 아니 ‘엮은이’는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다. 제퍼슨은 영어, 프랑스어, 헬라어, 라틴어 복음서에서 가장 진정한 예수의 모습을 서술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구절을 잘라내어 옥타보(octavo) 크기의 종이 위에 두 줄씩 붙였다. 성모의 출생이나 오병이어, 기적의 행함, 라자로의 부할, 예수의 육체적 부활과 같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빼고 예수의 삶과 도덕에 관한 부분만 추렸다. 제퍼슨은 이 책의 이름을 ‘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에서 예수의 삶과 말씀을 뽑은 나사렛 예수의 철학’(The Philosophy of Jesus of Nazareth, being Extracted from the Account of His Life and Doctrines Given by Matthew, Mark, Luke and John)이라 부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했다. 혹시 공격을 받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책이 바로 『제퍼슨 바이블(The Jefferson Bible)』이다. 제퍼슨은 이 책에서 인간이 자신의 평안을 얻으려고 얼마나 자신의 열정을 다스릴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와 달리 예수는 사람들을 보다 넓은 전체와 연결하는데 초점을 맞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초기 유대인들이 지방의 부족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지만 예수는 이웃사랑의 원칙을 사랑, 자선, 평화, 공통의 관심사, 공통의 도움의 묶음 아래 모두를 한 가족으로 모으는 모든 인류에게로 확장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