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칸 속 나의 인생
강렬한 리얼리티와 흡인력을 가진 변호사 자신의
일기처럼 써내려간 신앙고백 에세이
변호사의 평생은 그렇게 남과 다투는 일의 연속이었다. 공감을 넘어서 그들의 고통이 나의 내면으로 밀려와 나를 불태울 때가 많았다. 학문적으로는 그걸 ‘연민피로’라고 하나보다. 분노가 내게 이입된 나에게 법정은 처절한 싸움의 장이었다. 하나하나의 사건을 무심한 남의 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일생을 악취가 가득한 법정에서 지냈다. 정의가 유린 되고 불공정한 세상에 분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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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천직인 변호사를 힘이 있을 때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변호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차분한 철학과 인생이 담긴 성실한 변론문을 써내는 게 변호사의 소명이 아닌가 한다. 판사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지는 하나님의 섭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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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재판장 빌라도를 악역으로 쓰기도 했다. 내가 뭔가 바꾸어보겠다고 하면서 분노로 움직였던 행동은 어리석었다. 하나님의 섭리는 연자방아의 맷돌같이 아주 천천히 돈다. 그러나 밀가루같이 곱게 불의를 가루로 만드는 것 같다.
-‘연민피로’ 본문 중에서
엄상익 씨의 작품들 모두가 강렬한 리얼리티와 흡인력을 가지고 있으며 휴머니즘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놀라운 장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리얼리즘은 모두 작자인 변호사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일기같이 써 나갔기 때문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고 휴머니즘은 작자 자신의 인간성과 인격이 반영된 것이고 예술성은 작자의 타고난 문학적인 소양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짐작된다.
어쨌든 엄상익 씨는 소설소재로서 값비싼 광맥을 가지고 있는 셈이고 이것은 우리 문학의 다양성과 질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소설가 정을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