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엄상익 변호사의
죽은 김동인의 영혼 변론
이천 년대 초 시대의 광풍이 불고 있었다. 세상을 바로 세운다고 하면서 일부 역사학자들이 연구실을 나와 위원회의 완장을 차고 죽은 영혼들을 저승에서 현실의 심판대로 불러올렸다.
육십년 전 불 속에서 백골이 되어 영원으로 떠난 소설가 김동인에 대한 친일의 단죄가 위원회에서 벌어졌다. 다른 세상에서 지내고 있던 그의 영혼이 세상의 굿판에 이끌려 나와 법정에서 변호인인 나와 함께 섰다.
그는 이미 몸도 입도 없는 관념이 되어 그의 영혼과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영혼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그가 평생 쓴 글 속에서, 그의 영혼이 살고 있는 늙은 아들딸의 마음속에서, 어떤 때는 늦은 밤 환시 속에서 그의 말 없는 말이 내게 들려왔다. 그는 칼바람이 치는 겨울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천정을 바라보며 죽어갔다. 그의 방에는 그가 꿈꾸던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를 광대한 대하소설로 펼쳐보려고 준비했던 원고지들이 바람에 흩어지고 있었다.
-‘김동인의 항변’ 서문 중에서
저자소개
“살아남는 자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현명한 자도 아닌 변화하는 자다.” 찰스 다윈의 말이다. 세상은 그렇게 변화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참혹한 6.25전쟁이 끝날 무렵 피난지인 평택의 서정리역 부근에서 태어난 그의 이력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는 대한민국 제일의 경기 중고교를 졸업하고 1973년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해 졸업한 뒤 1978년 법무장교로 입대했다.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80년대 격동하는 대한민국에서 현실적인 출세의 길이 열렸지만 하나님에 떠밀려 1986년 작은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변호사와 개신교 신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도 조세형과 탈주범 신창원의 변호를 맡아 범죄 이면에 있는 인권유린과 또 다른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변호사 저널리즘’을 표방하며 성역이었던 교도소, 법원, 검찰 내부에 감추어진 사실을 세상에 폭로했다. 청송교도소 내의 의문사를 월간 ‘신동아’에 발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호의 인물을 탄생시켰다. 은폐된 모 준 재벌 회장부인의 살인청부의 진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7년 소설가 정을병 씨의 추천으로 소설집을 발간하여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했다. 이어서 소설 ‘검은 허수아비’, ‘환상살인’ 등을 발표하고 그 외 ‘거짓예언자’ 등 10여 권이 넘는 수필집을 썼다.
문인협회 이사, 소설가협회 운영위원, 대한변협신문 편집인과 대한변협 상임이사를 지냈으며 20여 년 간 국민일보, 한국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일요신문 등에 칼럼을 써오고 있다. 그리고 만년에 이르른 요즘 매일 새벽마다 사회에 대한 보수적 통찰력과 기도의 예지력으로 우찌무라 간조처럼 믿음의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