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하고 애잔한 누이
요즘은 현실 남매라는 말도 있지만, 대체로 누이라는 말에는 다정한 정감이 깃들어 있다.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에서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시구를 통해 어린 시절 다정한 누나에 대한 친근함이 담겨 있다. 그런가 하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의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에는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국화와 동일시하며 누님에 대한 정중함을 내포하고 있다.
공감문학시리즈 3부작으로 기획된 어머니와 아내에 이어 누이에 실린 세 작가의 작품 역시 오늘날과 다른 듯 같은 현실 남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농민문학 작가로 더 많이 알려진 이무영의 「누이의 집」은 빈한한 농촌 풍경과 가난한 농민의 아내로 살아가고 있는 누이에 대한 연민을 가슴 뭉클하게 묘사해 눈물짓게 한다.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통해 근대 리얼리즘 소설가로 인정받는 최서해의 「누이동생을 따라」는 어릴 적 고아가 된 오누이의 기구한 인생사가 가슴 아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강렬한 풍자적 리얼리즘 작가로 명성을 떨친 채만식의 「이런 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달픈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세 남매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가늠할 수 있어 흥미롭다.
시대는 달라져도 변함없이 친근하거나 애잔한 오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