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만가
“상화하택(上火下澤)이라네. 불이 밑에서 물을 끓여 줘야 하는데 거꾸로 되었으니, 물은 아래로 내려가고 불은 위로 올라가 버렸어. 사람들의 생각과 나랏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동떨어진 게야….”
제주에서 반경(反警) 시위가 일어나자, 제주도민 70%가 좌익이라 호도하며 그 후 7년 동안 근 3만 명을 죽이는 참극이 벌어졌다. 밥하다가 죽었으며, 자다가도 죽어야 했다. 당시 제주도 사람들은 한라산에서 이리저리 쫓겨 다니며 살아야 했다. 그러면 산에 올랐다고 죽였고, 올라간 자의 부모라고 죽이고, 자식이라고 죽였다. 제주도민 70%가 좌익이라는 말도 되지 않을 미군의 조사에, 우리나라는 그 수만큼 죽여서 증명해야 했다. 이 사건을 ‘제주 4.3 사건’이라 칭하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창설된 부대 내에서 또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 바로 ‘여순 사건’이다.
“전라도 다 죽여!”
당시 제주를 포함한 전라도는 눈뜨기가 무서웠고, 눈감기가 무서운 곳이 되었다. 대통령이 전라도 다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으니 오죽했으랴?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