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밀사
교토의 다이도쿠지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건,개전 전야에 놓인 조선과 일본을 구하라! 타임리미트는 단 15일! 1655년 조선통신사 사절단을 환영하는 연회장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은 일파만파의 충격으로 조일 양국을 엄습한다. 피해자는 쇼군의 직속 무사, 더욱이 목이 사라진 기괴한 모습으로 발견되어 사태는 한층 커진다. 우력 용의자는 조선통신사의 종사관 남용익. 그는 결백을 주장하나, 목격자를 비롯해 모든 정황은 불리하기 짝이 없다. 격노한 막부의 고위층은 사안의 엄중함을 물어 종사관 참수 및 개전을 천명, 일본과 조선의 관계는 일거에 풍전등화에 놓여 버린다. 진범을 따로 찾지 못하면 양국 관계는 파국이다.남용익의 구명을 위해 역관 박명준과 교토소사대 다나카가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수사하게 되나, 타임리미트는 단 15일. 비정한 제한 시간 속에서 사건은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고, 공무합체, 더 나아가 천황 친정체제를 꿈꾸는 교토 귀족 무라카미와 명나라를 부흥시키려는 명의 유신 주순수, 하이쿠의 명인으로 성장할 소년 마쓰오 바쇼까지 얽히고설켜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접어든다.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힌트는 단 하나 가구야 공주 이야기……이러한 시추에이션 속에서 박진감 넘치는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소설『왕의 밀사』는 본격 미스터리의 여러 요소, 이를테면 퍼즐처럼 풀어나가는 진범 추적, 타임리미트, 서스펜스 상황 등이 앙상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당대의 풍정마저 섬세한 디테일로 구현시킨, 단언컨대 엔터테인먼트적 역작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진범의 범행동기가 불러일으킨 반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압도적이다. 조선탐정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의 개정판으로 작중인물들의 강렬한 캐릭터 또한 큰 미덕이다.